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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잘 노는 아빠

물감놀이의 시작과 끝

by 앵그리선반장 2020. 3. 23.

물감놀이는, 찰흙놀이, 색칠놀이, 색종이 놀이, 퍼즐 맞추기와 함께 우리 딸내미 실내 소근육 5대 놀이 중 하나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이기도 하지요.

또, 위 놀이들 중 어른들이 가장 감당이 힘든 놀이이기도 하지요.

왜냐고요? 보통 만 5세 이하의 유아라면, 집안이 난리가 나거든요.. ㅋㅋ

잘 지워지지도 않는 물감을 손발에 발라주시는 쎈스 ~ 

그래서 부모들이 기피하는 놀이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래도! 저는 단 한 번도 아이가 물감놀이를 하자고 했을 때, 어떠한 핑계도 대본적이 없습니다.! (그러려고 노력한다는 거죠 ㅎㅎ )

모든 핑계는 바로 '귀차니즘' 이란 걸 알고 있거든요. 놀고 치우면 되지 뭐 ~ (여러분의 아이는 귀찮은 존재가 아닙니다.)

그리고, 보통 물감놀이는 토요일이나 일요일 아침 일찍 (7시쯤) 시작해서 두 시간쯤 하고 끝내지요. 

애기 엄마가 일어나기 전에 가능하면 치우기 위해서입니다. 아직 입틀막 처리가 안되어서...

 

거두절미하고, 우리의 미술놀이의 시작은 큰 통에 물을 떠 오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붓을 씻기? 위한 물통

 

큰 통의 물은 원래 붓을 씻는데 그 목적이 있지만, 쓰다 보면 활용도가 높아요. 

아이에게 팔레트에 네가 쓸 물감을 짜라고 시킵니다. 그럼 좋아하는 색들을 골라서 물감을 짜요 ( 몽~~ 땅씩도 짜지요 ;; 아깝..) 

먼저 스케치북에 그림을 살살 그려요.  가장 일반적인 그림놀이 방식이지요. 시작은 이렇게...

이때 아이가 그리는걸 코칭 따위 하지 않아요. ( 나 그림 그리고 놀기도 바쁨 )

나 따로 아이 따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아이가 "우와 ~ 아빠 잘 그린다 ~"  또는 " 부럽다. 아빠는 좋겠다.  잘 그려서 " 

이런 식으로 말을 합니다. 그럼 그때 " 너도 이거 보고 그려봐 ~ " 이렇게 운을 띄워줍니다.

그럼 따라 그려요. ㅋㅋ (  ps. 모든 아이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우리 딸내미가 가 그렇다는 거임., 개단순 ㅋ)

아이가 아빠의 그림을 따라 그리는걸 저는 좋게 생각해요. 

왜냐면 아빠가 그리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를 해야 옮겨서 그리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게 뭐야? 저게 뭐야? 하고 질문을 많이 하더군요.

이제는 아빠가 그림을 그리며 하는 행동을 다 따라 해요. 

예를 들어 팔레트에 두가지색을 섞는다거나, 붓을 씻은 후 탁탁 턴다거나, 꽃잎을 그릴 때 붓터치하는 방식 등을 말이지요.

그린 작품평을 서로 나눕니다.

이때 가능하면 아이 그림과 아빠 그림의 차이중 아이가 더 잘한 부분에 대해 말을 해 줍니다.

아빠 그림

 

딸래미가 따라그린 그림

이 작품에서는 아이가 녹색으로 작은 새싹을 그려준 것을 높게 평가해 주었어요.

붓으로 그린 그림은 잘 말려서 아래 날짜를 쓰고 창문 한편에 붙여줍니다. ( 집안이 좀 지저분해 보이는 역효과 있음 )

 

붓으로 그림 그리기가 다 끝나고 나면, 이제부터 본격 난장판으로 슬슬 들어갑니다.

난장판의 시작은 붓을 버리는 걸로 시작 하지요.

붓 따위 개나 줘 버리고, 물감을 짜서 그리는 방법으로 바꿉니다.

그리고 키친타월에 방울방울 떨어뜨려 번지는 효과로 그림을 그려요.

물방울을 떨어뜨려 그림을 그려요

물감을 짜서 쓰는 저 통은 "아쿠아 매직"이라는 장난감의 빈 통이에요. 버리지 않고 물감놀이용으로 쓰고 있어요.

눈, 코, 입만 그렸는데 좀 호러 호러 하네요.

아이들은 보통 처음에 이렇게 단순하게 그림을 그립니다.

그래서 이것으로 할 수 있는 더 큰 세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게 아빠의 역할이 아니겠어요?

최선을 다해! 정성을 다해! 혼신의 힘을 다해 머리를 짜내서 그림을 하나 그립니다.

아빠의 혼신을 다한 그림 ;;

같은 방식으로 그린 그림이지만 아빠의 그림을 보고 아이는 한 가지를 배웁니다.

이제 다음에 또 이 놀이를 한다면 아이는 눈, 코, 입만 그리지 않고, 하늘과 초원을 그릴 것입니다.

그리고 꽃도 그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겠지요 ㅎㅎ 

 

결과물만 보니 깨끗해 보이지만, 집안은 물을 통에 담아 물감을 넣어 흔드는 과정에서 이미 지저분해지기 시작합니다.

이제 아이가 물감을 붓통에 짜기 시작하면서 카오스로 접어듭니다.

카오스 입성..

이때부터는 저도 조마조마해요.

왜냐면, 손, 발, 얼굴 특히 옷에 물감이 묻기 시작하거든요. ( 여기 물감은 쓰레기라 옷에 묻으면 안 지워짐 )

장난감 중에 물을 담는 것을 슬슬 꺼내와서 수프라며 막대로 젓고 따라서 먹으라고 줍니다.

"냠냠 맛있다. 맛있어 ~ 이 스프 이름이 뭐야?" 하고 물어봐주고, 장단을 맞춰 아이의 놀이에 참여해 줍니다.

사실 이때가 아이는 가장 즐거워해요.

왜냐면, 자기만의 세계거든요. 아빠는 " 이게 뭐야? 저게 뭐야? 맛있다, 더 주세요~" 하며 맞장구만 쳐주면 됩니다.

이 놀이는 장기전으로 치달을 확률이 높아요.

그래서 엄마가 일어나기 전에 놀이가 끝나지 않으면, 엄마의 난리법석으로 놀이가 마무리되지요 ㅎㅎ

 

이제 놀이의 꽃인 치우기입니다.

집안이 엉망인 것을 아이에게 설명을 해 주고, 함께 놀았으니 아빠랑 함께 치우기로 합니다.

그리고 자기 역할을 정해요.

우리 딸내미는 물감의 뚜껑을 닫고, 상자에 담는 것이 자기 역할임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물감을 전부 모아서 뚜껑을 찾아 닫고, 박스에 담지요.

물감을 박스에 담는 아이

거기까지만 하면 됩니다.

아이에게 많은 일을 시키는 건 의미가 없어요, 그저 네가 놀이가 끝나고 나면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만 정해주고,

그것을 하도록만 시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제가 다해요. 

물감놀이의 마무리는 사실 손이 많이 가요.

팔레트, 붓, 컵, 그릇 등을 모두 씻어야 하고,

물감통의 물을 버리면 변기건, 욕조건 무조건 청소를 해야 하고,

노는 동안 바닥에서 말라 굳어버린 물감을 수세미로 닦아 제거하고,

걸레로 마무리해야 하며, 아이의 손, 발, 옷에 묻은 물감을 제거하고, 로션을 발라줘야 하거든요.

 

어쨌든, 놀이는 즐겁게 마무리가 되었고,

이제 작품을 말려서 벽면에 걸어줍니다.

우리는 작품이 아직 다 마르지 않았다면 드라이기로 함께 말려줍니다.

사실 더 이상 창문에 붙일 공간이 없어서, 매번 그림을 바꿀 때마다, 아이에게 내릴 그림을 선택하게 하지요.

이런 선택을 하는 것도 아이에게는 필요한 학습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해요.

대부분 아빠의 그림을 내리라고 합니다. ;; 

작품을 감상하며 마무리 하겠습니다. ~ 

 

내린 그림은 따로 모아두어요.

날짜를 보면서 아이의 그림이 점점 달라지는 걸 보는 것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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