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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일상

정들었던 해바라기를 처분했어요.

by 앵그리선반장 2021. 8. 17.

늦은 봄이 되었을 때 해가 가장 잘 드는 우리 집 정원 한쪽에 줄줄이 화분을 놓고 해바라기를 심었어요.

혹시 몰라 씨앗을 두 개씩 넣었는데, 전부 두 개씩 모두 싹이 올라왔지요.
그래서 다음부터는 하나씩 심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해바라기는 실패하지 않는구나 ~ 

해바라기는 물만 잘 주면 아주 쭉쭉쭉 자라는 게 보일 정도로 급속 성장을 하더군요.
대나무 마냥 마구 자라기 시작 했지요.

심은지 한 달이 넘으니 키가 딸내미만큼 자랐고, 이때부터는 매일 물을 줘야 했어요.

심은지 두 달이 되자 이미 키가 나보다 훨씬 커졌고, 꽃도 폈지요.
이쯤 됐을 때는 해가 쨍쨍하는 날이 연속될 때 하루라도 물을 주지 않으면,
완젼 파김치처럼 모든 잎이 축 쳐지고 고개를 숙여버릴 정도로 물을 많이 필요로 했어요.
이렇게 키가 클 줄 모르고 작은 화분에 심은걸 후회했지요.
바람이라도 좀 심하게 부는 날에는 저게 다 자빠지고 난리 ;;;

이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사실 좀 더 화사하게 꽃이 필 거라 상상을 했었는데..
화분에 아무리 물을 흠뻑 줘도 이틀을 못 넘겨 시들어 버리는 것을 보고는 
이 화분에서 화사하고 건강한 해바라기를 보는 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7월 말에 일주일간 여행을 다녀온 사이 해바라기는 시들어버렸고 안타깝지만 처분하기로 했어요.

다행히 꽃봉오리가 몇 개 남아있어 아직 꽃을 피울만한 녀석들은 따다가 꽃병에 옮겼지요.

화분에서 흙을 빼보니 역시 엄청난 뿌리가 화분 안의 흙을 모두 감싸고 있었어요.
저 뿌리들이 더 깊고 넓게 퍼져 물을 쭉쭉 빨아먹었어야 하는데. 저 좁은 공간에 갇혀 있었으니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목마른 어른이 종이컵에 빨대를 넣어 물을 먹는 느낌이 아니었을까.. 
해바라기에 대한 내 무지가 이 녀석들을 괴롭히고 말았나 봅니다.

어쨌든 해바라기 화분의 흙들은 다시 재활용하기로 했고, 밭으로 다시 들어갔어요.

약 3개월간 해바라기를 키우면서 재미도 있었고, 쭉쭉 크는 맛에 기분도 좋았어요.

다행히 흙에 직접 심은 해바라기들이 아직 건강해서 크고 멋진 꽃을 못 볼 아쉬움은 없지만,
그동안 벽한켠을 장식해주던 꽃이 없어지니 허전하고 조금 서운하기도 하네요.

다음에는 화분 대신 그곳에 나무로 틀을 짜서 뿌리가 더 멀리 퍼지고 물을 더 오래 머금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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