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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악법인가? 아닌가? 횡단보도에 대한 인식의 차이

by 앵그리선반장 2020. 3. 25.

2019년 9월 충남 아산 어린이 보호구역에 있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서행하던 차량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9살 김민식 군을 치어 사망하게 된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사건은 스쿨존에서 운전자가 과속을 해서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지며 운전자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아이를 잃은 부모의 감정적 호소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 법안이 마련되고 통과되었습니다.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에 과속단속카메라, 과속 방지턱, 신호등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을 포함한 2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 가중처벌법 개정안은 운전자가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에 한한 것’으로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하고,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하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입니다.

가중처벌법의 해당 조건은 스쿨존 내에서 전방 주시 등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해 13세 미만 어린이를 사망하게 하거나 다치게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전방 주시를 했는지 안 했는지를 어떻게 판단할지는 모르겠다만..)

결국 결론은 스쿨존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차량 운전자에게 강한 처벌을 한다는 내용입니다.

과연, 이것이 정당한 법인 가요? 아니면 악법인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먼저 이것이 악법이냐 아니냐를 논하기 전에, 현재 여론을 한번 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민식 군 부모는 그동안 사고 가해자가 과속을 했으며, 불법 주정차들이 있어서 사고가 났다며 대중의 공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사고 장면이 찍힌 블랙박스 영상을 토대로 속도를 측정한 결과 시속 30Km (스쿨존 제한속도)가 넘지 않았고, 반대편 차량들이 불법주차도 아니었으며, 민식이가 건너간 건 반대편에서 엄마가 불러서였다는 게 밝혀졌지요.

그래서 여론 상황이 뒤집혔습니다.

운전자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라는 의견들이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민식이 법은 악법이라는 말을 하고 있지요.

스쿨존에 들어가면 내려서 차를 밀고 가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전부 감정적인 호소에 불과합니다. 속았다는 거죠.

 

그렇다면 지금부터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게 진짜 무엇인지 쓸까 합니다.

저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 만 논하겠습니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선은 " 차가 없으면 사람이 건너는 곳 "입니다.

사람들은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서' 있다가 차가 오나 안 오나 확인 후 없으면 건넙니다.

반면 차는 어떤가요? 대부분 횡단보도에 사람이 서있는 건 신경 쓰지도 않고, 신경을 쓴다고 한들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지는 않습니다.

왜일까요?

사람이 차를 조심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럼 왜 우리는 사람이 차를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바로 어렸을 때부터 차조심하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자랐기 때문입니다.

마치 차와 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걸어 다니는 사람보다 상위의 무엇인가 인양 그렇게 교육을 시켰어요.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란 우리는 자연스레 사람이 차를 조심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자식들에게 또 가르칩니다.

이런 생각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차가 없으면 사람이 건너는 곳으로 인식하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하지만, 그 길은 사람이 원래 다니던 길이었습니다.

옛 부터 사람이 걸어 다니던 길에 어느 날 아스팔트를 깔고 몇몇 부자들이 차를 끌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그 차를 피해야 했어요. 마치 차를 운전하는 사람과 그 차는 걸어 다니는 사람보다 상위의 무엇인 것 마냥.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걷는 사람이 차를 피합니다.

이제 인식을 바꿔야 할 때가 되었어요.

"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는 사람이 없으면 차가 지나가는 곳 " 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멈춰 섰다가 가는 게 아니라, 차가 횡단보도를 지날 때 멈춰 섰다가 가야 하는 게 맞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쿨존은 그 영역 전체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라고 봐야 합니다.

스쿨존에 들어가면 지금 횡단보도 위를 차가 지나고 있다고 운전자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또, 지금까지 우리는 박힌 돌(보행자) 이면서 굴러온 돌(차량)을 우선시해줬습니다.

굴러온 돌(차)이 박힌 돌(보행자)을 피해 가는 게 맞습니다. 

우리는 보행 중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가 있는 길에 차가 쌩쌩 끊이지 않고 계속 지나가면, 한없이 기다리거나 다른 길로 피해 갑니다.

그런데 반대로 사람이 끊이지 않고 지나갈때 차보고 한없이 기다리라고 하면 어이없다고 하지 않나요?

이제 반대가 되어야 합니다.

횡단보도에서 사람들이 이러고 있으면 차는 못지나 가는게 당연해야 한다고요.

제가 마치 억지를 부리는 것처럼 들리시나요?

저는 지금 스위스에 살고 있는데, 이곳은 보행자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멈추거나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 따위 확인하지 않아요. 

그냥 건넙니다. 차가 알아서 슬슬슬 기어 오다가 피해 가요. 제가 운전할 때도 마찬가지지요.

심지어 역앞 삼거리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가 연이어 2개 있는데 역 이용객이 많아 사람이 끊이지 않아요.

두 개의 횡단보도 사이에 끼어서 사람 행렬이 끊기길 10분도 기다려본 적이 있습니다. 

그저 사람이 지나가지 않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어요. 아주 흔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운전해서는 그쪽 길을 잘 안 가고 싶을 뿐 거기는 악법이 적용된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대신 제가 역을 이용하러 걸어갈 때 그저 안전하다고 생각이 될 뿐이지요.

 

그런 저런 이유로 아이가 길을 걷다가 자동차에 치일 것 같은 위험한 느낌도 한국에서보다 훨씬 적어요.

스쿨존에는 아예 차가 못 들어가는 곳이 많아요.

스쿨존에서 차가 어린이를 치었다면 변호사 따위 필요도 없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어요.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왔다고요?  그곳은 원래 어린이들이 노는 곳입니다.

스쿨존이 아나리도, 원래 사람이 사는 곳입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행동을 남에게  알리고 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갑자기 튀어나왔다는 생각은 자동차 입장이지요. 

사람 입장에서는 갑자기 차가 튀어나온 겁니다.

유럽이 선진국이니 따라 하자는 게 아닙니다.

살아보니 대부분의 면에서 한국이 시민의식이나 사회시템, 심지어 교육까지도 훨씬 유럽을 압도하고 있어요.

대놓고 이곳 사는 한인들은 빠르고, 좋고, 맛있는 건 한국에서 가져온 것들 이란 걸 알고 있어요.

 

본론으로 돌아와서.

과연 민식이법이 악법인가요?

부모 입장에서 보면... 운전자 입장에서 보면... 역지사지?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한국의 현재 상황에서는 민식이를 친 운전자의 경우 법규를 어긴 게 아니니 억울한 경우라 충분히 말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를 선례로 앞으로 인식들이 조금씩 바뀌길 바랍니다.

안전한 게 좋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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